저는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멀리 여행을 가지 못 할 때 효과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주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고 재충전하기 위해서 보러 다닙니다. 여러분도 전시 보는 것 좋아하시나요? 저는 특히 전시의 주제를 통해 여행을 떠나고,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여행지에 들러 구경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전시를 좋아하시나요? 이번 글에서는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무료 전시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피해서 따뜻한 전시회로 실내 데이트를 떠나보아요.
그대들은 무엇을 낚는가, 허보리 개인전 <채집자>
강남 청담동 갤러리 플래닛에서 2023년 11월 2일부터 12월 2일까지 허보리 작가의 개인 전시가 열립니다. 허영만 화백의 딸인 허보리 작가는 제주도에 살며 주변에 피어나는 꽃들을 캔버스에 담아 표현해 왔는데요.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주어진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느질과 자수를 사용한 설치 작업, 사물을 의인화하여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회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최근 그의 회화작품은 계절에 따라 반복되고 순환하는 식물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어떤 꽃들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정말 기대가 되는 전시예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장미극장 2>, <메밀추상> 등 30여 점의 회화와 드로잉 작품이 출품된다고 해요. 꽃이나 풀은 빠른 붓질과 화사한 색상으로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표현되어 운동감과 질감이 남아있습니다. 서로 엉키며 군락을 이룬 식물의 풍경은 함께 살아가는 군중의 삶이기도 하며, 작가의 도피처라고 해요. 그래서 작품들은 작가의 마음의 풍경이자 공간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도피처는 어디인가요? 저는 음악과 그림이 도피처랍니다. 그래서 특히 이렇게 그림을 도피처로 여기는 작가들을 만나면 반가워요. 그리고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도피를 하게 됐는지 궁금하답니다. 저는 많은 작품들 중 들판에 핀 살아있는 꽃들을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 그리고 꽃을 향한 햇빛과 바람이 그려진 그림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사실화와 추상화 그 중간 어딘가에서 꽃들이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황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숨은 의미가 담긴 듯한 오묘함이 동시에 느껴졌답니다. 이 동시에 느껴지는 모순됨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모든 작품들이 다 풍경화는 아니었어요. 풍경뿐만 아니라 공중에 떠도는 상상을 낚시꾼처럼 낚아채 화면에 그대로 그려낸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장미극장>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건초더미>를 오마주한 회화 작업인데요. 쓸데없는 사물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유희적으로 풍자한 그림이에요. 허보리 작가는 내부로의 침잠과 외부의 관찰이라는 두 가지의 채집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균형을 잡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중 내면은 모든 약하고 흔들리는 존재들이 식물들처럼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꽃과 식물의 풍경화와 많은 생각을 하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 가득한 전시회입니다.
허보리 개인전 <채집자>
전시일자: 2023년 11월 2일 ~ 12월 2일
장소: 갤러리 플래닛 주소: 강남구 압구정로 71길 14
무료 전시
일 휴무
네모 너머의 이야기, 이슬아 개인전 <네모 안의 너와 나>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2023년 11월 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슬아 작가의 개인 전시가 열립니다. 이슬아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 도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독자적인 형식의 회화를 선보여왔습니다. 심지어 이슬아 작가를 도시의 관찰자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그림들이 대부분 현재 우리 사회를 다루고 있고, 도시 속 혼재되어 있는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몇몇은 도시를 좋아하지만 또 다른 몇몇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좋아합니다. 여러분은 도시를 좋아하시나요? 도시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저는 도시도 자연도 모두 좋아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건물만 빽빽한 도시가 아닌 자연 속 도시를 좋아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저는 좀 더 자연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저는 평소 이슬아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 수채화 및 대형 캔버스 작업에 이르기까지 회화 전반의 흐름을 보여 주는 작업으로 모두 신작이라고 합니다. 모든 작품이 신작으로 구성되다니 정말 놀랍고 너무 기대됐어요. 대부분 전시가 기존의 작품들도 몇몇 같이 있는 편인데 모두 신작이라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속도를 내야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그 안의 다양한 요소들을 지극히 사적으로 가시화시키고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렇게 사회에 관심을 갖고 예술로 이끌어내는 것이 참 흥미롭더라고요. 그리고 사회의 특정한 부분에 왜 집중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작가는 도시의 삶에 존재하는 규칙과 이해관계 등 비가시적인 측면과 일상에서 관찰되어 수집된 기록들을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풀어낸다고 해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조화를 이루었는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경험했던 기록들의 화면구성은 친밀하게 느껴지면서도 관계를 맺는 모든 도시의 사물들과 인간 존재의 모습이 시적 영상처럼 투영됩니다. 그래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그림 속 인물들이 저의 모습같이 느껴져 생생하게 실감 나면서도 동시에 저의 이야기를 제가 멀리서 방관하는 기분이 들어요. 게다가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도시가 무대라고 느껴져 이들이 써 내려갈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여러분은 그림을 볼 때 어떤 부분이 흥미롭고 마음에 와닿나요? 도시라는 건물이라는 창문이라는 화면이라는 네모 속 우리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이슬아 <네모 안의 너와 나>
전시일자: 2023년 11월 4일 ~ 11월 30일
장소: 이길이구 갤러리 주소: 강남구 강남대로 158길 35
무료 전시
일, 월 휴무
아시아 최초 전시, 프레드 <FRED,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터 since1936>
더현대 서울에서 2023년 11월 11일부터 12월 25일까지 프레드의 아시아 최초 전시가 열립니다.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터인 프레드는 운명을 넘어 주얼리로 거듭난 한 남자로 불립니다. 이번 전시로 브랜드의 정통성은 물론 프레드 사무엘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요. 게다가 1936년 메종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메종 프레드의 모든 숨결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메종 헤리티지와 빛과 삶의 환희로 가득한 메종 프레드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2022년 파리에서 처음 공개되었는데요. 큰 성공을 거둔 뒤 아시아에서 가장 처음으로 여는 전시입니다. 프레드는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타임캡슐'을 열었다고 해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300여 점 이상의 주얼리와 오브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200여 점의 아카이브들이 공개된다고 해요. 아시아 최초의 전시인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특별히 개봉하는 타임캡슐이라니 너무 기대되지 않나요? 전시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곧잘 느끼는 편이긴 하지만, 이 전시는 특히 너무나도 궁금하네요. 그러면 총 500여 점이 공개되는 거네요? 당장 달려갈 준비되셨나요? 네이버 사전 예약 또는 현장에서 등록한 뒤 입장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더 깊이 있는 전시 관람을 원하는 방문객을 위해 네이버 예약을 통한 도슨트 세션도 운영한다고 하니 미리 참고해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서 하루빨리 반짝반짝 작은 보석이 비추어 보여주는 아름다운 역사와 순간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네요. 여러분을 이 프레드 사무엘의 삶의 서사시가 담긴 여정에 초대합니다.
프레드 <하이주얼리크리에이터 since1936>
전시일자: 2023년 11월 11일 ~ 12월 25일
장소: 더현대 서울
주소: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무료 전시
휴무 없음
이번 글에서는 무료로 전시되고 있는 11월 전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이렇게 유익한 전시회를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정말 너무 행복하네요. 요즘 특히 좋은데 무료인 전시회들이 많아서 하루하루 감사하답니다. 이런 것들을 내가 이렇게 쉽게 봐도 괜찮은 건가 싶어서 양심에 찔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잘 즐기고 있네요. 11월에도 신나게 전시 여행을 다녀야겠어요. 여러분들도 잠시라도 이렇게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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